[칼럼] 영화제작사의 머천다이징 권리를 인정한 중국의 쿵푸팬더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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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특허법인 화우 변리사 yjsong@hwawoo.com

송영주 변리사영화 제목이나 캐릭터 이름을 제3자가 상표로 출원하거나 사용할 경우, 영화제작사는 어떤 권리에 근거해 그 상표의 등록이나 사용을 저지할 수 있을까. 영화, 서적 또는 방송프로그램 제목이나 등장인물∙아이돌그룹 이름은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 아니다. 만약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상표등록을 받았다면 상표법상 보호를 받을 것이고, 상표등록이 없더라도 널리 알려져서 특정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 기능을 한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 “소녀시대”(대법원 2013후1207 판결)나 “별이 빛나는 밤에”(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52302 판결)와 같은 최근 판례를 보면 우리나라는 널리 알려진 상품표지나 영업표지를 보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유명 만화영화인 쿵푸팬더의 명칭과 동일한 “KUNG FU PANDA”를 자동차 관련 상품에 개인이 출원한 사건에서 베이징제1고급인민법원은 2001년 상표법 제31조(현 상표법 제32조)에서 말하는 “선권리”에 “머천다이징 권리(중국어로는 상품화권)”가 포함된다고 인정하고 머천다이징 권리 침해 판단 시 고려사항도 제시했다.

영화나 만화영화가 유명해지면 주인공 또는 영화와 관련된 많은 상품이 뒤이어 나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상품에 영화 제목이나 등장 캐릭터 이름을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권리인 머천다이징 권리를 주장해서 타인이 허락 없이 상품에 영화 제목이나 캐릭터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한 사건들에서 종종 거론되는 “퍼블리시티권”처럼 “머천다이징 권리” 역시 우리나라에서 실정법상 인정하는 권리는 아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머천다이징 권리”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베이징제1고급인민법원은 어떤 논거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머천다이징 권리를 인정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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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쿵푸팬더 만화영화가 개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시아오종(胡曉中)이란 개인이 핸들커버, 차량 시트커버, 유아용 카시트, 차량 도난 경보기 등 상품에 영문상표 “KUNG FU PANDA”를 출원했다. 쿵푸팬더 영화 제작사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2010년 6월 중국상표국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후시아오종의 출원에 앞서 출원한 자신의 상표들과 동일, 유사해 거절돼야 한다는 주장(2001년 상표법 제29조), 드림웍스의 머천다이징 권리를 침해하므로 거절돼야 한다는 주장(2001년 상표법 제31조), 사회주의 도덕풍토를 해치거나 기타 불량한 영향을 미치는 상표이므로 거절돼야 한다는 주장(2001년 상표법 제10조 제1항 제8호)을 내세웠다. 그러나 중국상표국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이의결정에 의한 불복심인 이의복심과 이의복심 결과에 대한 불복심인 베이징제1중급인민법원 항소심에서 드림웍스는 모두 패소했다. 상표평심위원회(우리나라의 특허심판원에 해당)와 제1중급인민법원은 중국 실정법상 명문으로 인정되는 권리가 아니란 이유로 드림웍스의 머천다이징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8월 베이징제1고급법원(우리나라 고등법원에 해당, 지재권 행정소송의 최종심 단계)은 원심과 달리 머천다이징 권리를 2001년 상표법 제31조에서 말하는 선권리로 인정해 후시아오종의 “KUNG FU PANDA” 상표는 등록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상표라 판단하며 사건을 상표평심위원회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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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제1고급인민법원은 2001년 상표법 제31조에서 말하는 “선권리”는 실정법상 명문으로 인정되는 권리만이 아니라 민법상 보호돼야 하는 다른 정당한 권리도 포함한다고 봤다. 영화 제목, 영화 캐릭터가 유명해지면 이들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에 사용될 경우에도 대중은 그 영화나 캐릭터와 연관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영화 제목이나 캐릭터 이름에 대한 “머천다이징 권리”는 권리자에게는 영화배급으로 얻는 이익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2001년 상표법 제31조에서 말하는 “선권리”로서 보호해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제1고급인민법원은 후시아오종의 상표출원 전에 중국에서의 광범위한 홍보활동으로 쿵푸팬더 영화 및 등장 캐릭터들이 이미 중국에서 상당히 유명해진 사실을 인정하며, 제작사인 드림웍스는 영화 제목인 “KUNG FU PANDA”에 대해 머천다이징 권리를 가지며 드림웍스의 머천다이징 권리는 제31조의 선권리로서 보호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베이징제1고급인민법원은 머천다이징 권리 침해여부 판단 시 고려할 사항 역시 제시했다.

① 영화 제목이나 캐릭터 이름의 유명한 정도: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보호범위가 넓다.

② 상품출처의 오인혼동 가능성: 상품간 유사성과 영화 제목이나 캐릭터 이름의 유명세에 무임승차하고자 출원한 것인지 출원인 의도를 고려해서 판단한다.

올해 끝난 환송심까지 포함하면 이 사건은 종결되기까지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다. 방송프로그램이나 영화가 유명세를 타면 그 제호나 등장 캐릭터 이름을 제3자가 상표로 출원하거나 사용하는 사례가 많은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홍보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문구류, 완구류, 의류와 같이 머천다이징 대상이 많이 되는 상품에 미리 출원부터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 방법이겠다.

송영주 변리사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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