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특허법원, 연이은 악재…‘英브렉시트에 獨헌법소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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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출범이 무산된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이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1년여만에 독일에서 헌법소원이란 ‘복병’을 만났다. 유럽연합(EU) 차원의 단일특허(UP)·통합특허법원 도입에 필요한 통합특허법원협정(UPCA)이 독일 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번 헌법소원이 통합특허법원 출범에 커다란 위협이 되리란 예상과,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아 제도 출범에는 큰 영향이 없으리란 전망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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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에 이은 악재”

지식재산매체 WIPR 등 외신은 최근 독일 매체 리걸트리뷴온라인을 인용해 독일 헌법재판소가 한 시민이 요청한 헌법소원심판에 돌입해 독일의 통합특허법원협정 비준 절차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독일 헌법재판소 대변인은 청구인과 헌법소원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심판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만 밝혔다.

김성기 한국국제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코리아) 회장(변리사)은 “헌법소원 청구인이 단체·기관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정도만 알려졌다”면서 “독일 국민이 외국어로 재판을 받는 문제와 사법 주권 일부를 포기하는 변화 등이 위헌 주장 근거라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김아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원은 “독일에서 협정 비준에 필요한 ‘통합특허법원협정 비준 법안’과 ‘특허법 개정안’ 2건 모두 지난 3월 상하원 동의는 받았지만 연방대통령 서명은 마치지 않았다”면서 “비준 완료에 필요한 대통령 서명과 비준서 교환·기탁 절차가 남은 상황에서 헌법소원심판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자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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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전망

이번 헌법소원이 통합특허법원 출범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대형 악재로 보는 이들은 헌법소원으로 독일 비준이 지연되면 통합특허법원 출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영·미 합작 대형 로펌인 호건로벨스 소속 한 변호사는 “독일이 협정 비준을 제때 마치지 않으면 전반적인 단일특허 계획 추진에 연쇄반응을 불러 통합특허법원 출범이 꽤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뮌헨 소재 미체를리히 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이 가까운 미래에 통합특허법원 운영이 시작되리란 전망에 상당한 의구심을 낳았다”면서 “며칠 전 조기총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영국의 향방 외에도 독일 헌법소원은 통합특허법원 출범에 상당한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비준을 미루고 있는 영국은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최근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해 협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앞서 7일 통합특허법원 준비위원회는 영국 등의 협정 비준 지연으로 올해 12월 예정이던 통합특허법원 운영 시점을 수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법원이 출범하려면 영국·독일·프랑스 3개국을 반드시 포함한 13개국이 비준해야 하지만 현재 프랑스 등 12개국만 비준 절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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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헌법소원심판 오래 걸릴 수도”

헌법소원심판이 통합특허법원 출범에 미칠 영향은 작으리란 전망도 있다.

김성기 회장은 “최근 네덜란드·프랑스 선거에서도 유럽연합 유지·발전 지지 여론이 확인됐다”면서 “유럽연합 탈퇴를 선언한 영국도 통합특허법원 잔류를 희망해 내년 중 통합특허법원 발족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내년 통합특허법원 발족을 전제로 통합법원 출범 전 3개월간 가능한 특허권 행사 관할선택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한 번의 소송으로 유럽 전역에서 무효가 되는 위험을 피해야 할 특허는 방어에 유리하도록 국가별 관할선택(옵트아웃)을 하고, 선행기술이 없으면서 특허 침해가 여러 나라에서 발생하는 강한 특허는 통합특허법원 관할선택을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영규 명지대 교수(법학)는 “독일 헌법소원심판은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편”이라면서 “헌법소원 결론은 이른 시일 안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최종 결정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내년 중에 통합특허법원이 출범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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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브렉시트 투표부터 獨헌법소원까지]

영국·독일의 비준을 기다리는 유럽연합 차원의 ‘단일특허’는 유럽특허청에서 특허 출원(신청)·심사·등록 절차를 모두 진행하는 제도다. 기존 ‘유럽특허’(1977년 도입)는 특허 출원은 단일화했지만 등록·소송이 개별국에서 진행돼 효율이 떨어졌다.

자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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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특허와 함께 도입할 계획인 통합특허법원은 판결이 회원국 내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가별로 분쟁을 진행하던 기존 제도를 보완했다. 통합특허법원이 들어서면 독일 법원에서 받은 판결이 회원국 전체에서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는 구조다. 이처럼 특허 등록과 분쟁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 유럽 특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중앙법원 소재지는 정치적 이해를 반영해 런던(영국), 뮌헨(독일), 파리(프랑스) 등 주요국 도시에 배정했다.

부정적 전망이 본격 제기된 것은 지난해 상반기다. 영국이 지난해 6월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서 실제 유럽연합 탈퇴를 택하면 통합특허법원은 출범도 하지 못하고 좌초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역내 3대 특허 출원국이자 특허 소송 평판이 좋은 영국이 단일특허에서 빠지면 제도 효용성이 떨어질 것이란 이유였다. 더욱이 영국은 독일·프랑스와 함께 협정 필수비준국이다.

당초 유럽연합 잔류를 택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영국민이 브렉시트를 택하자 통합특허법원 출범에 먹구름이 꼈다. 불확실성을 안긴 영국은 지난해 11월 또 다시 예상을 깨고 “통합특허법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비준 준비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등으로 가시적 진전은 없었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이달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해 통합특허법원 출범 시점이 불분명해진 상황에서 이번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일에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유럽 차원의 단일특허는 지난 1975년 체결된 공동체특허협약 비준 실패를 시작으로 매번 비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단일특허가 40년 묵은 비원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이기종 기자 gjg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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