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수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특허 라이선스 비즈니스 모델 억제, 괴물이 되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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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수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hwanglee@kaist.ac.kr

KAIST 이황수 교수 사진30년 전만 해도 글로벌 무선통신 분야에서는 시분할다중접속(TDMA) 기술이 표준으로 통용됐다. 퀄컴이 개발하고 한국에서 최초로 상용화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은 이후 통신 산업을 완전히 뒤바꾼 기술로, 대중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됐다. 사실 초기에는 업계의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모든 대역의 주파수를 모든 시간 동안 전 사용자가 한꺼번에 사용하는 CDMA는 기존의 아날로그 통신과 비교할 때 효율성을 대폭 제고할 수 있었다. 다만 사용자마다 난수를 할당하고, 이를 위한 데이터를 해당 난수로 암호화해 소통하는 아주 복잡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사장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퀄컴은 휴대할 수 있는 크기의 전화기와 상업용 기지국을 만들 수 있는 통합 회로 개발이라는 해결책을 찾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업가가 겪는 장벽인 자금 한계에 직면한다. 이때 돌파구를 마련해 준 해결책이 라이선스 사업 모델이다. 새로 개발한 기술을 독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과 특허를 원하는 제조사에 제공하고, 이를 각 제조사가 판매하는 단말기당 로열티로 지급 받는 모델이었다. 퀄컴은 이 특허 사용료를 더 나은 기술 개발에 지속 재투자함으로써 성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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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이 기술 도약을 이룰 때마다 자연스럽게 창출된 새로운 사업의 기회는 무선통신 산업 생태계 발전에 많은 부분을 기여했다. 여러 기업은 독자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도 진화하는 퀄컴의 기술을 라이선스 받아 자사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퀄컴은 신기술 표준화에 앞장서면서 혁신을 촉진했고, 그 결과 여타 산업보다 훨씬 성숙한 생태계가 구축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문제 삼은 평결을 내놓았다. 이 평결을 살펴보면 크게 우려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qualcomm

첫째 특허 실시료를 산정할 때 단말기가 아닌 칩셋 단위로 받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퀄컴은 단순 칩셋만이 아닌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퀄컴 특허를 이루고 있는 발명은 개별 부품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러한 발명은 최종 목표가 휴대폰이 사용자와 무선통신망이 요구하는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고,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미를 두고 있다. 수십년 동안 단말기 가격 기준의 특허료 산정이 이어져 온 것은 단말이 정상 기능을 할 때 창출된 부가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장 합당한 방식이라고 모두가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공정위는 '특허 라이선스와 모뎀 칩셋 시장의 수직통합사업자'로 퀄컴을 정의하고 특허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경우 모뎀 칩셋을 판매하지 않는 행위를 문제 삼았다. 공정위의 논리를 쫓아가다 보면 기술 특허이 있는 기업은 타사에 라이선스하지 않고 직접 칩셋을 만들어서 단독으로 내놓거나 특허 라이선스 사업만을 해야 한다는 의미까지 나아갈 수 있다. 전자를 택한다면 세계 표준으로 통용될 정도로 압도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고, 후자라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처럼 장사하라는 말이 된다. 

퀄컴 공정위 소송 특성화 이미지

경쟁 당사자는 시장 독점을 견제할 때도 인위 개입에 따른 득실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통신 시장은 20~30년 동안 성숙돼 왔다. 이 과정에서 원천 기술을 개발한 기업의 특허 라이선스 모델에 문제가 있었다면 통신 생태계는 존립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특허 기술 가치를 보호 받는 생태계가 무너지고, 이를 통해 혜택을 본 사용자의 편익이 하락한다면 공정위가 개입한 목적이 어떻게 합리화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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