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건 미국 변호사] IP업계 종사자가 ‘4차 산업혁명’을 대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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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건 모건 루이스 미국 특허변호사 daegunn.jei@morganlewis.com

제대건변호사우리나라 과학·산업 신문 기사나 정보물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은 하나의 유행이다. 더욱이 2017년 대선을 맞이해 여러 정책을 제시하고 경쟁하는 환경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어가 한국 사회의 기술 발전 방향으로 제시되곤 한다. 지식재산(IP) 종사자들에게 4차 산업혁명 관련 IP를 조사하라는 요구가 접수될 수 있고,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분야를 선별해 특허 출원 방향을 결정하는 프로젝트가 주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어떤 미래 기술 발명에 대한 국내 특허 명세서는 “본 발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여겨지는 것으로…”라고 시작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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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 워싱턴DC에서 일하는 필자가 접하는 미국 언론자료 등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즉 미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유행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이 표어는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대응 방법’에서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이 이전 산업혁명들과 달리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르고, 모든 나라의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 직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의 가비(Elizabeth Garbee) 교수는 슬레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4차 산업혁명 개념이 새로울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가비 교수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무려 75년 전부터 쓰였다. 알버트 카(Albert Carr)는 1940년에 쓴 ‘미국의 마지막 기회’(America’s Last Chance)에서 “현대 통신수단들이 산업혁명에 더해지는 현상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표어, 4차 산업 혁명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4차 산업혁명으로 미국인의 삶의 방식이 위협 받을 것”이라며 “기술 혁명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4차 산업혁명 미래도시

가비 교수는 또 새로운 발명품들이 소개될 때마다 많은 역사가나 과학자들이 새로운 혁명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1948년 원자력 에너지, 1955년 유비쿼터스 전자기기, 1970년대 컴퓨터가 널리 보급됐을 때, 그리고 1984년 정보 산업화 시대가 왔을 때 공통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어가 쓰였다. 가비 교수는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이전 혁명들보다 훨씬 새롭고, 다르며, 위협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러한 정당화는 항상 있어 왔으며 실상 일반적인 기술혁명의 특징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가비 교수 주장에 동의하며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행에 IP 종사자들이 지나치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허 분야만 보더라도 지속적으로 개발되거나 발표되는 기술 발명을 특허로 보호받으려고 할 때 그 발명의 신규성과 진보성이 심사·검증된다. 즉 몇 차 산업 혁명 테두리 안에 기술 발명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개별 기술 발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특허들을 종래 기술과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한정된 기간의 독점권을 허여할 것인지에 대한 일상적이고 연속적인 혁명 혹은 혁신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는 목표로 관련된 IP를 만들고 조사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정부 혹은 경제연구소 등 누군가 나서서 이러저러한 기술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고 나머지는 아니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혁명적’이라고 불리고 싶은 기술은 제품에 구현하고 시장에 선보여 소비자의 냉정한 평가와 선택을 받는다. 시장경제에서 제품과 상품에 적용하는 기술 선택은 어디까지나 소비자 몫이다. 소비자 선택을 받는 제품들과 기술들은 ‘혁명’이라고 불리는 대상이 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시장에서 도태돼 사라졌다. 즉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대상의 최종 판단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며 무엇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인지는 소비자 선택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REPORT글로벌 IP Activity 이미지_소

4차 산업혁명은 한동안 유행할 것이고 아마도 차기 정부의 기술정책 표어로 쓰일지 모르겠다. IP업계 종사자들은 ‘4차 산업혁명’ 표어에 가릴 수 있는 개별 기술 분야에 더욱 집중해 IP를 창출·유지·발전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대선 후보가 유권자를 바라보듯 IP업계 종사자들은 시장과 소비자를 바라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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